·왜 현장실습을 가고 했나?
현장실습을 가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글과 사진으로만 배우던 공장을 직접 못 보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답답함을 해소하는 데서 끝내서는 절대 안 되고 뭘 보고 배웠는지 정확히 앎과 동시에, 과연 내가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된다고 가정한다면 회사 가는 길이 즐거워질 것인가, 아닌가? 를 알아내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실습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20일간의 경험으로 적성과 맞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 또한 조심스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장실습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화공학도들에게는 화공에서 파생된 산업분야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선택의 폭은 넓어지면서 쉽사리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화공의 수많은 분야 중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는 작은 부분을 접하게 된 것이며, 20일간 보고 듣고 배움으로써 지금도 머릿속에 남는 게 있기 때문에 진정한 현장실습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현장실습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
20일 동안 안전교육, 현장교육, 압출공정을 포함한 공정교육도 받았고, 프랑스어 공부와 더불어 위험물 자격증 공부를 했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태도, 자세와 갖춰야 할 소양도 배웠다고 볼 수도 있다. 현장실습의 목적은 전자에 해당하지만 개인적으로 후자에 더 중요도에 대한 비중을 두고 싶다.
앞서 말한 교육들은 모르는 상태에서 입사하더라도 가서 배우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성 문제는 얘기가 달라지게 되는데, 난생 처음 회식이라는 걸 가게 되었을 때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학점보다 영어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오랜 시간 쌓여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특성 때문인데 실력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도 똑같은 맥락이다. 개개인의 인성이 한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성을 만들고 그 공간의 분위기도 좌우한다는 것, 더 나아가 그것이 회사의 이윤창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배웠고 이번 현장실습에서 얻은 것들 중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고작 20일간의 경험으로 뭐라 단언하기에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국 솔베이로 실습을 가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갈래 중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는 분야에 대해 스스로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히 감사하며 배운 것도 있고 남는 것도 많았던 의미 깊은 경험이었다.
·현장실습을 통해 배움으로써 무엇을 느끼게 되었나?
실습생 자격으로 실제로 직원 분들이 하시는 일들을 도맡아 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엄청 대단한 걸 얻어가기에는 사실상 너무 짧은 시간이고 불가능에 가까웠다. 세 공장 중 전공지식과 가장 동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이 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감히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할까?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래서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배정받은 EP공장이 다른 공장과 다르게 특이한 점은 가장 소비자와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다르게 말하면 온산공장 내 3개 공장 중 출하되는 최종제품의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정유산업이 화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이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탓했다. 4학년이기 때문에 더 부끄러웠다. 그냥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었고, 정유산업이 기본인 건 맞지만 그 외의 부분이 훨씬 더 많고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 솔베이에서 실습하게 된 걸 감사하게 여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곳이 외국계 회사라는 점 때문이다. 지금은 국내기업들도 마찬가지지만 이곳도 외국인 엔지니어들이 업무차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너무 당연한 거지만 영어 없이는 소통을 할 수 없다. 어느정도 인지 굳이 말하자면, 엔지니어들이 한국 솔베이 공장에서 일할 때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안전이고, 두 번째로 영어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쌓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과 관련된 전공지식이나 경험보다도 중요도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후배에게 한마디
돌이켜보면 대학생이 되고나서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는 생활을 4주 연속으로 해본적은 없었다. 이만큼 규칙적은 생활을 해본 적도 없었고, 난생 처음 회식이라는 것도 가봤기 때문에 실습 신청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다. 어차피 겪어야 할 사회생활이고 누구나 겪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아니면 겪을 수 없는 경험은 아니지만 조금 일찍 경험해서 손해 볼 일 없다. 직원들이 하는 일을 쳐다보고 있는 것 조차 가치있고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 앞으로 실습을 가실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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